이번 설에 황후 마마는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현비 마마가 연회를 훌륭하게 준비하셨지만, 우리는 정신이 딴 데 팔려있었다. 연회가 파한 뒤 이화궁으로 돌아와 잠들기 직전, 황상이 갑자기 한기를 띠고 내전(内殿)으로 쳐들어오더니 나를 붙잡아갔다. 황상의 안색이 무척 안 좋았다. 나를 안고서도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춥고 놀라서 그의 품에 안겨 한참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의 턱에 푸르스름하게 난 수염만 보였다.
시간이 꽤 지나자 그는 또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내게 웃으며 말했다. “교교아, 수 오라버니가 좋은 걸 보여주마.”
그는 나를 연청색 치마로 갈아입히고 그가 직접 가져온 붉은 토끼털 피풍도 걸쳐준 뒤, 나를 데리고 어화원의 호숫가로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불꽃은 무척 아름다웠다. 그는 뒤에서 나를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교교아,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으니 우리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나는 그의 품에 기대어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 “황상, 불꽃이 참 아름다워요.”
불꽃은 아름다웠다. 오래가지 못할 뿐.
세상에 절세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한순간의 번화에 불과하다.
그날 밤 나는 이화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황상을 따라 영안궁에 갔다. 황상은 원소절(元宵节)*까지 나를 영안궁에 남겨두었다. 그는 나와 함께 바둑을 두고 매화 가지를 꺾고 금을 타고 시를 썼으며,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가 잠들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나는 황상의 품에서 이 시를 쓰고 또 썼다. 첩의 머리카락이 이마를 막 덮을 적에 우리는 문간에서 꽃을 꺾으며 함께 놀았지요. 낭군은 죽마를 타고 와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로 장난을 쳤어요. 장간 마을에 함께 살던 우리는 허물없는 어린아이였는데. 열넷에 그대의 아내 되어 수줍음에 얼굴도 들지 못하였고, 고개만 숙인 채 어두운 벽만 바라보며 천 번을 불러도 돌아볼 수 없었지요. 열다섯에 비로소 활짝 웃으며 재가 되고 먼지가 될 때까지 함께하길 바라였으니. 다리 기둥 꼭 붙잡고 있으니 망부대에 오를 일도 없답니다.
*정월 대보름
나는 황상에게 정말로 물어보고 싶었다. 그 뒤의 구절은 왜 이어서 쓰지 않으시나요?*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뒤부터 남편은 장사하러 멀리 떠나고 아내는 독수공방하는 처지를 묘사함
황상, 첩은 안답니다. 섣달그믐날 미앙궁에 들어가지 못해 첩을 찾아오셨다는 걸요.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궁중 사람들 모두 내가 삼갈 줄 모르는 총비라고들 한다. 하지만 황후 마마는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으시고, 상도 많이 내려주시며 황상을 모시느라 고생한다고 하셨다.
황상을 모시는 건 고생스럽지 않다. 숙비 마마의 요리를 못 먹는 거야말로 진정 괴로운 일이다!
설을 보낸 후 황후 마마의 병세는 더 나빠졌다. 이월이 되자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시고 누운 채 혼미하실 때가 더 많았다. 정신이 맑은 때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우리는 매일 황후 마마의 곁을 지키며 약 시중을 들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하지만 황후 마마는 우리에게 웃어줄 힘조차 없으셨다.
황상은 하필 이런 때에 국사가 바쁜지, 후궁에 발도 들이지 않았다. 나는 선정전(宣政殿)에 얼마나 많은 상소가 쌓여 있는지 모른다. 미앙궁에서 풍기는 약 냄새가 영안궁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 어녀는 황후 마마를 위해 열심히 불경을 베꼈다. 숙비 마마와 온 소의는 아예 미앙궁으로 옮겨와 지냈고, 두 분은 돌아가면서 황후 마마 침상 옆의 작은 평상에서 주무셨다. 나와 삼공주는 너무 무서워서 매일 숨어서 몰래 울었다. 다 울고 나면 다시 황후 마마 침상 곁에 앉아 이야기를 조잘대며, 마마가 갑자기 입을 열고 ‘시끄러운 참새 녀석들 같으니. 자, 내가 작은 참새 이야기를 들려주마.’ 이렇게 말해주시길 바랐다.
화조절(花朝节)* 저녁, 태의가 더는 어렵겠다고 고했다. 우리는 황후 마마의 침상에 둘러앉았다. 모두들 이를 악물고 울었다. 자시(子时)가 가까울 무렵, 촛불이 터지며 황후 마마가 갑자기 눈을 뜨고 숙비 마마를 붙잡더니 소리치셨다. “어머니, 어머니, 교교는 집에 돌아갈래요. 아버지가 연을 만들어 주기로 하셨어요…….”
*화신의 생일이라 화신절(花神节)이라고도 함. 보통 음력 2월 12일, 15일
황후 마마께서는 스물다섯을 앞두고 돌아가셨다. 열넷에 초왕(楚王)이었던 황상과 혼인하여 초왕비가 되었고, 열여섯에 태자비가 되어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들은 일찍 죽었다. 스물에 황상이 즉위하여 황후가 되었고, 반년 후에 딸을 잃었다. 스물하나에 막내아들을 낳았지만, 스물셋에 그 아들도 잃었다. 친정의 조부가 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온 가족이 경성을 떠났다. 그로부터 병상에 누워 스물다섯 생일을 맞지 못하고 훙서하였다.
황상은 큰 병이 들어 초주검이 되도록 기침을 했다. 숙비 마마도 큰 병이 들어 초주검이 되도록 기침을 했다. 나는 이화궁과 영안궁을 뛰어다니며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어느 날엔가 결국 나지막한 기침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다. 화장도 흐트러지고 꼴불견이 되었다.
진 어녀는 복룡사(伏龙寺)로 출가해 황후 마마의 명복을 빌겠다고 자청했다. 나와 온 소의가 그녀를 배웅할 때,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이전의 일은 내가 미안했어요. 인제…… 인제 와서 더 할 말은 없네요. 복룡사에서 당신들의 복을 빌어 줄게요. 궁에서 평안히 지내길 바라요.”
황상은 병이 나은 뒤 황후 마마를 ‘민혜황후(敏慧皇后)*’로 추봉하였다. 숙비 마마와 온 소의는 시호가 너무 속되다며 몇 날 며칠을 욕했다.
*敏: 민첩하다, 날래다. 일을 대처하는 데 공이 있음을 민敏이라 한다. 애쓰는 데 공이 있음을 민이라 한다. 신처럼 영명한 결단을 내림을 일러 민이라 한다. 막힘없이 통달함을 민이라 한다. 반드시 의를 따져 움직임을 민이라 한다. 정체 없는 재주와 계책을 일러 민이라 한다. 옛것을 즐기고 태만하지 않음을 민이라 한다.
*慧: 온화하고 간언을 받아들임
나도 따라서 욕을 하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나는 계속 영안궁에서 황상과 있어야 했다. 그는 나를 ‘교교아’라고 부르며 봉구황을 들려달라고 했다.
*제가 이런... 사료에나 나올 것 같은 한자를 해석할 능력은 없고요 중웹에도 딱히 이걸 풀어서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고 해서... 암튼 대충 이런 느낌이군아 하고 봐주시면... 어쨌든 최선을 다함...
**시호 짓는 법을 시법(谥法)이라고 함
http://www.bannampark.org/park02_10_2.htm
:::반남박씨 홈페이지:::
[시호(諡號)] 벼슬한 사람이나 관직에 있던 선비들이 죽은 뒤에 그 행적에 따라 왕으로부터 받은 이름을 시호라 한다. 조선 초기에는 왕과 왕비, 종친, 실직에 있었던 정2품 이상의 문무관과 공
www.bannampark.org
https://baike.baidu.com/item/%E8%B0%A5%E6%B3%95/1705871
百度百科-验证
baike.baidu.com
**봉호, 시호 뜻 참고 :
https://zhuanlan.zhihu.com/p/527427175
谥号大全:140个美谥、37个平谥、28个恶谥
谥号:起源于西周。谥号是死后的盖棺定论,《逸周书·谥法解》说谥,是行为的记录;号,是功劳的标志。谥号可分为为上谥或美谥,带有赞美的性质;其次是中谥或平谥,表示平庸或者同情
zhuanlan.zhihu.com
https://avg.163.com/topic/detail/958489
妃嫔封号、谥号、寓意(一)【a-d】 | 社区动态 | 易次元:网易互动阅读平台
❖安 安,定也;安逸,安乐;平静,稳定;好和不争曰安;兆民宁赖曰安;宽容平和曰安;宽裕和平曰安;所宝惟贤曰安;中心宅仁曰安;修己宁民曰安;务德不争曰安;庄敬尽礼曰安;敬而有礼曰安;貌肃辞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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汉朝二十四帝的庙号、谥号 _史海钩沉_嘻嘻网
核心提示:汉朝“传谥用孝”是一以贯之的政策,体现了儒家“以孝治天下”的主张。西汉前期儒学尚不盛行,犹有以孝传谥者;武帝之后儒学日益兴旺,以孝传谥更带上了一层浓厚的意识形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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