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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장류 宫墙柳

제2장 시침 侍君

by 小曜 2023. 7. 19.

 

 

오월 초하루, 입궁한 지 두 달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시침을 들지 않았다. 함께 입궁한 동기 중에 내 지위가 가장 높았지만, 두 달간 양 재인과 송 보림 모두 미인으로 승진했고, 양 재인은 봉호도 받아, 이제는 청미인(清美人)이라 불러야 했다. 지위도 나보다 높아졌다. 매일 미앙궁에 문안을 올리러 갈 때 그녀들이 나를 보는 눈빛에는 언제나 불쌍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마 천성적으로 둔해서 그런지 아무 느낌도 없었다.

 

나는 자주 숙비, 온 소의와 함께 미앙궁에서 황후 마마를 모시곤 한지라 비빈들도 내게 트집을 잡지 못했고, 높으신 마마들께 나는 별 볼 일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궁에서 두 번째 투명인간이 되었다.

 

나는 온 소의께서 만들어 주신 월화치마(月华裙)를 입었다. 너무 예뻐서 나는 소의를 껴안고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다. 온 소의께선 더 신이 나서 내 옷을 두 벌 더 해주기로 하셨다.

 

황후 마마의 기체후는 여전히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했고, 매일 기침을 하시는지라 약이 끊이지 않았다. 황후는 상냥하고 대범한 현비(贤妃)에게 궁중 사무를 맡기셨다. 현비는 어진 사람이었고, 황후 마마께도 공손했다. 문안 시간에 진 귀비가 날뛰며 여기저기 도발할 때면 현비가 가로막았고, 그런 뒤엔 두 사람의 입씨름으로 상황이 변했다. 진 귀비는 오만하게 남을 괴롭히고 생떼를 부리며 막무가내였지만, 대화하는 법에 정통한 현비 마마가 두세 마디로 귀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면 화가 나서 눈을 치켜뜨고 ‘너너너’ 하다가 결국엔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 버렸다. 잠시간 매일 아침 문안 인사가 활기찬 수업 시간으로 바뀌었다. 매번 미앙궁에서 돌아오면 숙비 마마는 나더러 불시를 대비해 그날그날 현비 마마의 명언을 잘 기록하고 복습하라고 하셨다.

 

진 귀비가 제멋대로이긴 했지만, 황후 마마께 대놓고 대들지는 않았다. 다만 행동거지가 극히 불손할 뿐이다. 황후 마마도 마음에 두지 않으셨다. 언젠가 한 번 숙비 마마가 불평했을 때, 황후 마마는 귀비를 위해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아유, 귀비가 성격이 좋지 않긴 해도 아직 젊고 겪은 일이 적잖아. 도량이 제일 넓은 네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일로 화를 내니……. 이런 일에 우리가 화를 낼 것 있어?”

 

황후 마마가 이렇게 말씀하시니, 숙비도 더 화를 내지 않고 황후 마마의 어깨를 감싸고는 호기롭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 “그래! 요요가 화 안 난다니 나도 화 안 나!”

 

황후 마마의 도움으로 나와 삼공주는 마침내 그네를 세웠다. 황후 마마는 우리에게 실뜨기 놀이도 가르쳐 주셨고 천을 접어 작은 동물도 만들어 주셨다. 마술도 할 줄 아셨다. 황후 마마가 손수건을 홱 털면 소매가 따라 흔들리면서 한 송이 꽃이 튀어나왔다. 나와 삼공주는 황후 마마를 아주 좋아했다. 황후 마마가 우리와 함께한 뒤로 웃음도 늘고 식사도 반 그릇 더 드시자 숙비와 온 소의는 우리가 착한 아이라며 칭찬하셨다. 한 분은 달콤한 수정떡을 만들어 주셨고 한 분은 우리에게 인형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일상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집이 조금 그리운 것 빼고는. 하지만 황후 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조모 화양대장공주께서 오월 오일 단오절 아침에 반드시 입궁해 문안을 올릴 거라며, 그날 일찍 미앙궁에 오면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그렇게 내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황상 곁의 내시가 이화궁으로 와서 내게 초이튿날 시침을 들라는 명을 전했다.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숙비도 황상을 욕하지 않았다. 마마는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처럼 긴장하면서 내 옷부터 화장까지 직접 신경을 써 주셨다. 위로의 말도 잊지 않으셨다. “소류아, 무서워하지 말고 긴장하지도 말아. 이건 잘된 일이야. 입궁했으니 시침을 드는 건 피할 수 없어.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궁중 사람들이 널 비웃을 거야.”

 

이화궁 문을 나설 때까지도 나는 숙비 마마의 소맷자락을 꽉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숙비 마마는 내가 울까 봐 계속 나를 달래셨다. “무서워하지 말고. 내일 돌아오면 맛있는 거 해줄게!”

 

나는 한걸음에 세 번씩 뒤를 돌아보며 영안궁(永安宫)으로 향했다. 길이 꺾어지는 모퉁이에 이르러 뒤를 돌아봤을 때까지도 숙비 마마는 여전히 궁문 앞에 서서 나를 보고 계셨다.

 

오월 초이튿날 밤, 나는 청사로 만든 저고리에 녹색 비단 치마를 입고서 영안궁에 앉아 있었다. 떨려서 과자를 두 접시째 먹고 있자니 영안궁의 궁인들이 깜짝 놀라 얼른 접시를 치워버렸다. 나는 할 일이 없어 졸기 시작했다.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그 순간,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졸리느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날 배웅하던 숙비 마마의 눈 속에 담긴 걱정, 나날이 늘어가는 황후 마마의 기침, 문안 때마다 진 귀비가 늘어놓는 각박하고 독한 언사, 그 모든 것들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황제놈(皇帝老儿)은 결코 늙은이가 아니었다. 금실을 수놓은 검은색 장포가 그의 늘씬한 몸을 돋보이게 했다. 수려한 눈매와 잘생긴 눈썹은 영기(英气)가 흘러넘쳤다.

 

아마 세상의 수많은 여자가 꿈에 그리는 낭군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단정하게 절을 올렸다.

 

황상은 내 이름이 무엇이고, 나이는 몇 살이며, 집에서 무얼 하는 걸 좋아했는지, 궁에서 두 달 동안 잘 지냈는지, 방금 먹은 간식은 맛있었는지, 조금 더 먹고 싶은지를 물었다.

 

말을 하다 보니 나는 어느새 그의 다리에 앉아 있었고, 계속 말을 하다 보니 우리는 침상 위에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가 무서워하지 말라고 부드럽게 나를 달래던 목소리만, 내 입가를 핥아서 묻어 있던 과자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던 것만 기억났다. 그러면서 그는 웃었다. “평소에 먹던 것보다 달구나.”

 

내 평생 그렇게 부끄럽고, 황망하고, 가슴이 세차게 뛴 건 처음이었다.

 

깨어났을 때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몸을 숙여 내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교교아(娇娇儿), 좀 더 자고 이따가 여기서 아침 들고 돌아가거라.”

 

아침밥은 이화궁 요리보다 못했다. 이화궁으로 돌아오니 숙비 마마의 눈 밑이 시퍼렜다. 밤새도록 못 주무신 게 분명했다. 숙비 마마는 내가 돌아온 걸 보시고는 한참을 살뜰히 살펴 주신 뒤, 좀 더 자라고 하셨다. 잠에서 깼을 때 황상의 성지가 내려왔다. 나는 첩여(婕妤)로 승진했고, 봉호는 아름다울 완(婉)이었다.

 

오후에 숙비 마마께서 말씀하셨다. “궁중 사람들이 얼마나 말이 많은지 몰라. 두 달 동안 내가 얼마나 걱정했게! 이제 됐다. 앞으로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걱정할 필요 없다. 잘 먹고 잘 자면 돼. 황제놈을 보고 안 보고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넌 아직 이렇게 어린데, 불쌍한 것. 어제는 고생했어. 저녁에 뭐 먹고 싶……”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상이 사람을 보내와, 오늘 밤에 시침을 들라는 명을 전했다. 숙비 마마는 화가 나서 황상을 짐승이라고 욕했다. 저녁에는 기분 좋게 숙비 마마의 솜씨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패하자, 어젯밤 황상에 대한 손톱만큼의 좋은 인상도 사라졌다.

 

영안궁에 도착했을 때 황상은 글을 쓰고 있었다. 그는 나를 품에 안고 전조의 시인이 썼던 오래된 시를 썼다. “낭군은 죽마를 타고 와 우물 난간을 돌며 청매로 장난을 쳤어요. 장간 마을에 함께 살던 우리는 허물없는 어린아이였는데. 열넷에 그대의 아내 되어 수줍음에 얼굴도 들지 못하였고, 고개 숙인 채 어두운 벽만 바라보며 천 번을 불러도 돌아볼 수 없었지요. 열다섯에 비로소 활짝 웃으며 재가 되고 먼지가 될 때까지 함께하길 바라였으니……”*

*이백-장간행이수(李白-长干行二首)》: 妾发初覆额,折花门前剧。郎骑竹马来,绕床弄青梅。同居长干里,两小无嫌猜,十四为君妇,羞颜未尝开。低头向暗壁,千唤不一回。十五始展眉,愿同尘与灰。常存抱柱信,岂上望夫台。(여기서는 첫 구절이랑 마지막 구절 안 나옴)

 

그러고는 붓을 멈추고 내게도 글을 써달라고 했다. 내 잠화소해(簪花小楷)는 할아버지께서도 칭찬하실 정도였다. 나는 황상이 쓴 시를 따라서 썼다.

 

그는 기뻐하며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했고, 그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도 끝맺지 못할 만큼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한참을 생각한 뒤 “네” 한마디 대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황상은 더 기쁘게 웃었다. 그리고 함께 식사하는데, 거의 그가 내 입에 음식을 떠먹이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은총이겠으나 나는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마음껏 먹을 수가 없다. 그가 먹이는 것은 내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다 먹어야 했다. 게다가 영안궁 어선방의 솜씨는 숙비 마마만 못했다. ……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황상은 내가 꽤 마음에 든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그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리고, 내 입술을 문지르며,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다.

 

몇 시에 잠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나는 거의 울었는데, 그는 계속 웃고 있었다. 일어났을 때 그는 이미 조회를 마치고, 침상 가에 앉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 머리도 빗겨주고 눈썹도 그려주었다. 아침 식사를 하며 그가 물었다. “교교아, 짐이 네게 장락궁을 주려는데 어떠하냐? 장락궁은 영안궁에서 가까우니, 네가 짐이 보고 싶어지면 영안궁으로 올 수 있어.”

 

황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우리는 겨우 이틀 정도나 알고 지냈다. 내가 그를 왜 보고 싶어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 고개를 숙이고 여쭈었다. “안 가면 안 되나요……?”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그래서 용감하게 말했다. “저는…… 첩은 이화궁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첩은 귀여운 삼공주가 좋습니다……. 첩은 홀로 지내고 싶지 않아요…….”

 

말을 할수록 부끄러워졌고, 목소리도 작아졌다. 그가 화를 낼까 두려웠고, 그가 나를 무조건 이사시키려 할까 봐 무서웠던지라 목소리에는 울먹임마저 섞였다. 황상은 더 신나게 웃었다. “그래, 그래. 교교아가 싫다면 옮기지 않아도 된다. 짐이 널 보러 자주 가면 될 일이다.”

 

황상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이화궁으로 돌아가자 황상의 상도 도착했다. 상이 내 난분각 가득 들어찼다. 숙비 마마도 기뻐하며 나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시고는, 하사품을 방안에 전부 배치해서 쓰도록 하셨다.

 

오월 초나흘, 황상은 시침을 들게 하지도 않고, 직접 후궁으로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요리 몇 가지를 보냈다. 탁자 위에 놓인 숙비 마마의 요리와 함께 두자 처참하게 비교되었다. 숙비는 하사받은 요리를 건드리지도 않고 물렸다가 누군가 알게 되면 좋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억지로 몇 입 먹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마지막 남은 홍소 완자를 놓쳐 삼공주와 싸울 뻔했다.

 

오월 초닷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앙궁으로 가려고 했다. 오늘 할머니와 만날 수 있어서 엄청 신이 났다! 그런데 옷을 막 갈아입고 아직 문도 나서지 않았는데 사람이 내려와 황상의 시중을 들라는 명을 전했다. 화가 나서 나도 황제놈 정말 짜증난다고 욕을 했다. 숙비 마마는 웃음을 터뜨리며, 할머니를 만나면 내가 잘 지낸다고 전해주기로 약속하셨다. 그제야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영안궁으로 향했다.

 

황제놈은 오늘 기분이 좋았다. 푸른 장포를 입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가 절을 올리기도 전에 그는 나를 품에 끌어안고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교교아, 널 닮지 않았느냐?”

 

그가 그린 것은 녹색 치마를 입고 탁자 앞에 앉은 소녀의 뒷모습이었다. 왼손에 쥔 책은 거의 떨어지려 했고, 오른손으로는 머리를 짚은 채 졸고 있었다. 푸른 등불이 달린 방안은 고요한 모습이었다. 그림은 잘 그렸다만, 닮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난 내 뒷모습이 어떤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대로 고하자 황상은 나를 안고 크게 웃었다. 뭐가 웃긴 거지? 나는 구오지존의 웃음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 웃고 난 황상은 내 눈이 조금 불그스름하고 기분도 나쁜 걸 알아차리고는, 나를 다리 위에 앉히고 왜 울었느냐고, 누가 괴롭혔느냐고 물었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해? 그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영안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그가 스스로 깨닫고 날 돌려보내 주길 바라며.

 

그 눈빛에서 황상은 무슨 오해를 했는지, 나지막이 웃으며 내 이마에 입맞춤을 해대기 시작했다. 할머니를 뵈려고 정성껏 꾸민 화장을 그가 다 망가뜨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는 입을 맞추며 나를 달랬다. “교교아, 짐이 잘못했다. 어제 널 보러 가지 않아서 상심한 거지? 착하지, 작은 교교. 짐이 잘못했어. 앞으로는 네 곁에 더 자주 있으마, 응?”

 

아니! 이미 사흘이나 삼공주와 그네를 타지 못했다! 불쌍한 작은 가락이 어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성토를 했단 말이다!

 

나는 한참을 고민해서 겨우 더듬더듬 대답했다. “황…… 황상…… 그래도 공평하게 돌봐 주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얼른 다른 사람 찾아가라고! 진 귀비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지만 황상은 또 오해를 했는지 나를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어린아이 달래듯 토닥였다. “바보 같은 교교아, 짐이 다 안다.”

 

황상은 나와 종일 함께 있었다. 나를 데리고 어화원을 거닐고 함께 물고기 밥을 주고 바둑을 두고 글도 썼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금을 탈 줄 아느냐고 물었다. 조금 할 줄 안다고 답하자, 또 봉구황(凤求凰)*을 탈 줄 아느냐고 물었다.

*사마상여가 탁문군에게 구애하는 곡, 대충 니 생각에 미쳐버릴 거 같다 나는 봉새요 니는 황새이니 함께 하자 내 애를 낳아도 머 이런 내용임. 탁문군은 사마상여랑 야반도주해서 가난한 남편 건사하려고 술도 팔고 암튼 고생을 함. 그러다 사마상여가 벼슬도 하고 출세도 하더니 첩 들이겠다고 시건방을 떪. 이때 탁문군이 쓴 시가 백두음(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 백발이 될 때까지 이별하지 않기를愿得一心人,白头不相离).

 

봉구황도 못 타는 사람이라면 금을 탈 줄 안다고 말하기도 쑥스러울 것이다.

 

나는 봉구황을 타면서 한편으로는 예전 일을 생각했다. 규중에는 자매가 많았고, 다들 뛰어났다. 내 금 타는 재주는 어려서부터 입궁을 준비해 온 두 언니에게 비하면 훨씬 떨어졌다. 막바지에 언니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소망은 허사가 되었고, 별 마음도 없던 나는 여기서 애를 쓰고 있으니, 정말이지 운명이란 한바탕 농담 같은 것이다.

 

황상은 내 금소리를 들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곡이 끝난 뒤 그가 한마디를 했는데, 나는 듣지 못한 것처럼 되물었다. “황상?”

 

그는 웃으면서 나를 둘러 안았다. “교교아는 금을 참 잘 타는구나.”

 

그날 밤 나는 또 울면서 잠들었다. 잠들기 전에 그는 부끄러운 말을 셀 수 없이 하며 나를 달랬다. 그러고는 나더러 ‘수(修) 오라버니’라 부르라고 했다. 내가 버티자 그는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흐릿하게 잠에 빠져들려 할 때, 그는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나를 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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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장류 오디오 드라마에서 장간행이수 가사로 부른 노래인데 좋아요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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